인천 지하철 센트럴파크역 천장에 달린 조형물을 본 적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역 바로 위가 공원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나무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 나무뿌리들은 피복을 벗긴 동선을 꼬고 또 꼬아서 만든 설치작품이었다. 천장을 뚫은 나무뿌리는 지하에 머물러있던 공간을 지상으로, 공원으로, 나무로, 푸른 잎으로, 푸른 잎이 펼쳐진 하늘로 확장했다. 그리하여 지하공간에 있던 사람들은 지상으로 상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설치미술을 통한 공간 디자인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나무의 뿌리’라는 이 작품은 사회적기업 스플이 만든 공공조형물이다. 그들은 순수예술인 설치미술을 통해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을 한다.
스플의 공간 디자인은 이제 마을로 영역을 넓혀 도시재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들은 도시재생과 순수미술 그리고 도시재생의 주체인 주민들 사이의 간격을 ‘쓰레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결하고 있다. 스플이 2018년까지 위치했었던 성북구는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서 생활 폐기물이 많은 편이다. 그걸 소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쓰레기를 업사이클링 하면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주민 간의 관계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마을의 쓰레기는 화분과 소원 종으로 바뀌었고, 내 집 앞을 가꾸는 소품이 되었다. 눈엣가시였던 쓰레기의 변신에 주민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상 속에서 제대로 쓰임받지 못하고 있는 평가절화된 가치들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발견하여 사물의 풍요로움을 찾는 가치의 업사이클링은 공간과 도시의 표정을 바꾸고, 우리는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