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의 월터(벤 스틸러)는 사진 편집기자다. 그 유명한 화보 잡지 ‘라이프’에서 16년을 근무했다. 무려 16년! 매달 잡지 커버를 장식할 사진을 고르는 업무를 반복, 또 반복하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어도 의욕도 줄고, 흥미도 떨어지고, 그래서 무력해졌다. 목표 없는 삶은 바람 빠진 풍선과 같아서 하늘 높이 날아가려는 의지가 없다.
발등에 불 떨어질 일 없던 월터에게 발바닥 땀 날 일이 생긴다. 라이프의 폐간이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해서? 아니다. 마지막호 커버 사진을 인화해야 하는데 필름이 분실됐다. 해결책은? 사진을 찍은 기자를 찾아가 필름을 요청하면 된다. 그러나 세계 구석구석을 도는 사진기자를 어떻게 찾지? 그때부터 월터는 집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집으로의 동선을 처음으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여야 하고 낯선 주변을 살펴야 하고 생전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 에너지가 바탕이 되어 활력이 생기고 이를 용기 삼아 전에 해본 적 없는 모험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월터는 늘 상상으로만 꿈꾸던 아이슬란드에서 대자연의 풍광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셰르파의 안내를 받아 그림처럼 하얀 눈이 덮인 산 정상을 오르기도 한다. 그 곳에서 월터는 이제나저제나 희귀한 눈표범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진기자와 만난다. 하지만 찍으라는 눈표범은 안 찍고 바라보는 사진기자가 의아하다. 사진은 삶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지만, 좁은 렌즈로 바라보는 시선이기에 세상을 전부 담아내지는 못한다. 월터는 지금껏 렌즈 안 개구리의 삶을 살았다. 잡지 폐간을 앞둔 그는 더는 두렵지 않다. 제2의 삶에 맞설 모험심이 자신을 어느 목적지에 데려줄지 이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