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웹진
Vol.264 AUTUMN 2022

파도에너지

환경을 생각하다

성공을 가르는 잣대는 누구나 다르다. 좋은 스펙으로 일찌감치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탄탄대로를 벗어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누가 성공했는지는 각자의 레이스를 끝까지 달려봐야 알 수 있다. 세속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탄탄대로를 벗어난 그는 길을 잘못 들어선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으로 재단된 성공의 법칙을 따르지 않겠다는 그는 이미 상대를 추월하며 자신의 페이스대로 레이스를 앞서고 있다.
인진 성용준 대표

편집부사진전예영

우리 모두는 멋진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공헌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요.
친환경 에너지인 파력발전을 선택한 데서 회사의 정체성이
정해져 우리가 만든 기술이 사람과 지구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안전한 우물 밖을 나오다

서울대를 나와 SK를 입사한 인진의 성용준 대표 역시 앞선 출발선에 선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역시 인생에 있어 성공은 큰 부분을 차지했고 그런 만큼 매우 성과지향적인 엘리트였다고 한다.
“SK에는 플랜트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그러다 본사로 발령이 나서 사업부 일을 했는데, 그때 창업을 결심했죠. 2008년 즈음 세계 금융위기로 유가가 폭등할 때였어요. 육상 발전소에서 케이블로 연결되지 않은 우리나라 약 300여 개의 섬은 자체적으로 경유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충당하는데, 유가폭등으로 육지 전력 생산 단가가 6배나 비싸졌죠. 그래서 경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를 찾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에 착안해 파력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SK 내신기술팀에 지원해 파력발전을 사업화하려 했는데 잘 안됐어요. 대체에너지로써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인진의 인웨이브(INWave)는 다방향 회수 에너지 기술(Multi-Directional Energy Harvesting Technology)을 통해 얕은 바다에서 파력발전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연안의 낮은 수심은 방파제 역할을 하여 원해의 극단적인 파도를 막아주는데, 수심이 10m 이하인 경우 먼 바다의 50m에 육박하는 큰 파도도 6m 이내의 중소형 파도로 바꿔준다. 다방향 회수 에너지 기술은 파도의 모든 방향에서 나오는 움직임에서 에너지를 추출하여 이처럼 낮은 수심의 파도에서도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독창적인 기술이다.
또한 인웨이브는 기존 파력발전 설비가 수심 50~70m에 달하는 먼 바다에 대규모로 설치해야 하는 것과 달리 육상에 설치되어 고가의 해저 송전 케이블도 필요하지 않으며, 유지보수도 육지에서 진행되어 운영비도 크게 절감된다.

창의적인 기술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

8년 만에 SK를 나와 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대기업에서의 경험은 창업환경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전반적인 기업 운영을 경험하고 싶어 중소기업에 입사를 했다.
“창업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험을 쌓은 후 시작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어요. 그때 대표이사가 창업주이셨는데 저를 불러 회사와 관련된 고민을 많이 얘기하셨죠. 원래는 사업기획팀장으로 입사를 했는데 나중에는 구매, 인사, 재무 등 회사 운영의 전반적인 일을 경험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2년 2개월 정도 경험을 쌓고 인진을 창립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사업계획서 작성이 아니라 회사의 CI를 만드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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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진의 인은 사람, 진은 엔지니어링을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는 멋진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의 행복에 창의적으로 공헌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어요. 친환경 에너지인 파력발전을 선택한 데서 회사의 정체성이 정해졌죠. 우리가 만든 기술이 사람과 지구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인진의 경영활동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공헌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인류에 공헌한다는 맥락에서 인진의 정관에는 초과 수익의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조항이 있다. 최근에는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기업들의 글로벌 조직인 ‘1% 포 더 플래닛’에 가입해 행동으로 이를 보여주고 있다.
Tip & Talk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조언
잠재 투자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
인진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것은 2016년. 230여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4.8억 원의 자금을 유치하였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초기 단계였던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기록이다.
“상당히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인진에 투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피드백 게시판에 올라온 대중들의 질문 수준이 상당히 높았거든요. 기업가치, 재무제표, 기술 설비 전반에 걸쳐 질문 하나하나가 굉장히 예리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전 세계 파력발전 시장을 리서치하셔서 질문을 던지기도 하셨는데 긴장이 많이 됐죠.”
VC 심사역 못지 않게 진지하면서도 신중하게 투자를 해주셨던 분들 덕에 인진의 비즈니스 스펙트럼은 한층 넓어졌다. 펀딩의 성공을 가르는 것은 화려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고 말하는 성용준 대표. 더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회사를 향해 던지는 질문에 얼마나 성실하게 답할 수 있는가 하는 소통의 자세를 꼽는다. 그의 경험상 진정성 있는 자세만이 집단지성의 예리함을 설득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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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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