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 웹진
Vol.264 AUTUMN 2022

TV 네트워크의
지형도를 바꾸다

NETFLIX

‘두둥’하는 BGM과 함께 빨간색의 로고가 화면을 가득 채우면 가슴이 설렌다. 넷플릭스(NETFLIX)의 덕후라면 모두 앓고 있다는 이 증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방영되는 시즌마다 되풀이된다. 1997년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당시 유행처럼 생긴 DVD 대여회사 중 하나였던 넷플릭스. 그러나 자사 로고가 새겨진 빨간 봉투에 DVD를 넣어 우편 배송하는 서비스가 히트를 치면서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두둥’하며 떠올랐다.

서상우(칼럼니스트)사진NETFLIX

인터넷(Net)+영화(Flicks)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과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맘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사업자로 유료 가입자만 5,700만 명에 이른다. 원래 미국에서 시작된 서비스지만, 가입자 5,700만 중 1,800만 명이 해외 구독자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처음부터 인터넷으로 영화를 유통할 생각을 꿈꾸고 넷플릭스를 만들었다. 시작인 1997년에는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창업 후 첫 넉 달 동안 DVD 2만 장을 배송하면서 올린 월 매출은 10만 달러. 그러나 수익구조는 불안정했다.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개선작업을 거듭한 그들은 DVD의 개당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물류센터 위치를 바꾸는가 하면 우체국과 긴밀한 협력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익일 배송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값싸고 빠르고 안전하게 DVD 대여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인터넷 스트리밍까지 사업을 확장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이다. 이후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자체 제작물의 시즌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며 ‘몰아보기’라는 TV 시청 형태를 제안해 오늘날 덕후들을 양산해냈다.

반드시 반대를 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가 넷플릭스를 시작했을 당시 이미 미국엔 부동의 강자가 있었다. 비디오 대여 체인 1위 사업자였던 ‘블록버스터’다. 블록버스터는 2005년 기준으로 미국에만 점포가 5,500곳이 있었을 만큼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치고 올라오는 넷플릭스에게 결국 업계 1위를 내주고 2013년 파산했다.
과연 신생기업이었던 넷플릭스가 어떻게 시장의 판도를 바꿨을까?
답은 경쟁자의 허점에 있었다. 우리 모두 국내에도 비디오 대여점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빌려간 비디오를 약속한 기간 안에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부과했다.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운용하는 방식을 따라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연체료를 아예 없애버렸다. 그 대신 구독료를 받았다. 월 사용료를 받고 비디오를 반납했을 때 다른 비디오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연체 고객이 생길 염려가 아예 없다. 서비스 방식도 한몫했다. 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 : 셋톱박스를 넘어서는) 서비스다.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채널이다. 여기에 싼 가격이 결정타였다. 한 달에 최소 7.99달러만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이 가격에 HD나 4K 등 화질 면에서도 기존 방송 플랫폼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는 모양이다. 차세대 TV로 거론되는 4K 해상도의 초고화질 TV(UHDTV)에 대처하는 일이 기존 케이블 채널보다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여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고 싶은 영상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은 넷플릭스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다.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구독자가 오직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몰아볼 수 있는
시청의 주권을 갖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시청의 주독권을
구독자에게

넷플릭스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자 콘텐츠 생산자이기도 하다. 2012년부터 자체 만들어 온 ‘NETFLIX Original’의 인기는 지금의 ‘넷플릭스 덕후’라는 새로운 클래스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스 오브 카드>. 1990년 영국 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다.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시청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그들이 원하는 연출 스타일이나 좋아할 만한 배우 등을 예측해 섭외했고 분석은 적중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박을 치며 콘텐츠 제작사로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넷플릭스는 이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킹덤>, <더 크라운>(The Crown)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처음 방영되어 현재 시즌 4가 공개된 더 크라운은 마가렛 대처 수상의 재임기간과 다이애나 비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물로 대중에게 파급력이 매우 컸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시즌 5에서는 다이애나 비의 죽음이 다뤄질 예정으로 영국 왕가의 우려 섞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과거 블록버스터가 시장을 잠식해 나갔던 것처럼 기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TV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하며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갈 무기를 찾고 있다. 그것이 ‘세계 최대 콘텐츠 제작사’가 되는 길이다.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구독자가 오직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몰아볼 수 있는 시청의 주권을 갖게 하는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넷플릭스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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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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