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폐쇄한 쓰레기 소각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폐소각 시설 재생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 부천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부천 지역에서 발생한 모든 쓰레기를 수거하고 처리하던 곳이었던 만큼 공간의 크기는 매우 압도적이다. 소각장 벙커 높이가 39m 정도이니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될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 벙커이다. 아트벙커B39의 39가 바로 소각장 벙커의 높이이자 이곳을 지나는 39번 국도를 뜻한다. ‘B’는 물론 부천의 약자이다. 도시의 쓰레기가 모이던 웅장한 벙커는 역사와 장소를 경험하게 하며, 쓰레기 소각장에서 창의적인 문화공간으로 변화하는 도시의 미래를 바라보는 상징적인 곳이다.
벙커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원형 그대로 유지한 채 기능만을 바꾸었다. 주 전시장인 MMH(멀티미디어홀)는 쓰레기를 수거한 트럭이 들어오는 반입실이었다. 현재는 여러 예술 거장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건물 2층에는 스튜디오, 세미나실, 강의실 등 공간대여와 시민 교양수업 등을 운영한다.
문화시설과 쓰레기 소각장의 공존, 매우 기묘하지만 삶에 지친 주민들에게 문화적인 비상구로써 발휘하는 힘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