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1992
제프 쿤스는 현재 뉴욕 소호지역에 자신의 예술공장을 설립하여 무려 150여 명의 직원들을 고용하여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예술공장’이 의미하듯 매 공정을 정밀하게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 그는 이제 더 이상 직접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각 공정에 맞는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자신이 원하는 매끄럽고 반짝이는 작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중들은 쿤스의 작품에 열렬히 환호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나 작품이 갖는 깊이를 놓고 평론가나 경쟁자들은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그는 이렇게 일침을 놓는다.
“나의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올바르거나 틀린 해석도, 숨겨진 의미도 없다.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받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뉴욕 록펠러센터 앞에 7만여 송이의 꽃으로 만든 ‘퍼피(Puppy, 2000)’는 강아지 모양의 조형물로 도심 한가운데서 유혹적인 장미향을 흩날리며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추수감사절 무렵 메이시백화점에서 은빛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운 ‘래빗(Rabbit, 2007)’은 시각적 유희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난해한 상징성만이 예술이라 정의한다면 매번 최고가를 경신하는 그의 작품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보다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주제와 방식으로 작업하고 때로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해왔던 제프 쿤스. 이것은 예술가의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닐 것이다. 현실에 타협한 것을 넘어 철저하게 이를 이용했던 제프 쿤스에게 ‘비즈니스야말로 최고의 아트다’라고 말한 앤디 워홀의 말이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