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크게 ‘에일(Ale)’과 ‘라거(Lager)’로 나뉜다.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해 매우 오랜 역사를 가졌을 것 같은 라거는 15세기 출신이다. 즉, 이전의 맥주는 오로지 ‘에일’뿐이었다는 이야기다.
라거는 그 맛이 청량하고 가벼운 반면, 에일은 꽃이나 과일 같은 달콤한 향이 나지만 맛은 쓰고 강하며 매우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진한 에일만 마시던 옛날 사람들에게 투명하고 맑은 라거의 등장은 틀림없이 센세이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행은 다시 크래프트 비어의 시대로 에일찬양 일색이다. 분명한 것은 두 맥주 사이에 옳고 그름은 없다는 사실이다. 다만 취향의 문제일 뿐.
에일은 발효 시간이 짧아 위쪽에 효모가 둥둥 떠있어 색이 탁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침전물도 생긴다. 그래서 쉽게 상한다. 과일, 꽃 등 세상의 온갖 풍미가 이 안에 담긴 것 같지만 맛은 씁쓸하다. 반면 라거는 에일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더 긴 시간 발효한다. 19세기 이전에는 냉장시설이 없어 맥주의 본고장 독일의 양조업자들은 알프스 산맥의 깊은 동굴에서 라거를 발효했다고 한다. 장시간 발효하니 당연히 효모가 바닥에 가라앉아 색은 맑고 투명하며 청량한 맛이 난다. 그러나 맥주 애호가라 칭하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맥주는 대부분 에일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