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61 WINTER 2021

#Mind share

최고의 알고리즘에 담긴 인간의 손길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급격하게 디지털과 언택트 사회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진행될수록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과의 접촉과 공감은 더욱 그리워진다.
랜선을 통해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유튜브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도 하지만
역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즐거움과 뜨거운 열기를 느끼는 라이브는 인터넷이 대체하지 못할 영역이다.
언택트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역설적이게도 인간과의 단절이 아니라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 즉, ‘휴먼 터치’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재하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는 순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인간적 접촉이라는 이야기이다.
정희선(일본 UZABASE 애널리스트)

AI가 놓치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다

실제로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디지털 서비스 중에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휴먼 터치가 많이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휴먼 터치가 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동영상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에는 ‘태거(Tagger)’라는 영상 콘텐츠 분석 전문가 그룹이 있다. 이들은 영화 및 방송업계에서 5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콘텐츠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미묘한 차이와 뉘앙스까지 구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는 대표적인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AI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영상을 추천해 준다.
그러나 구독자 100%가 AI의 추천에 만족할까? 넷플릭스는 AI 큐레이션에 만족하지 않는 소수를 위해 태거를 활용한다. 태거는 AI가 하기 어려운 디테일한 분류 작업을 통해 더 정교한 추천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다른 동영상 서비스와 넷플릭스가 차별화되는 비밀병기이다.
이처럼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는 데 휴먼 터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류 구독 서비스인 미국의 스티치픽스(Stich Fix)와 일본의 에어 클로젯(Air Closet)은 AI가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여 매달 고객이 좋아할 만한 옷을 엄선하여 보내준다. 이들 서비스도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옷을 추천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는 프로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에게 보내는 옷을 손수 점검한다. 이때 스타일리스트는 고객이 직접 지명할 수도 있다. 또한 스타일리스트는 고객에게 스타일링 팁을 전달하기도 하는데 마치 연예인처럼 나만의 전속 스타일리스트를 가진 것 같아 고객만족도가 매우 높다.
코로나로 인해 피트니스 센터가 문을 닫자 홈트레이닝이 인기를 몰았다. 대표적인 홈트레이닝 업체인 펠로톤(Peloton)은 휴먼 터치를 베이스로 실내용 자전거를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전자 스크린이 달린 실내용 자전거를 판매하고 회원에게 운동 콘텐츠를 함께 제공했는데, 콘텐츠를 구독하면 전자 스크린을 통해 스타 강사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강사들이 회원의 이름을 부르거나, 속도 등을 체크하는 등 마치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 효과로 인기몰이를 했다. 다이어트 코칭 앱인 ‘눔코치’ 또한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흥미 유발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이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휴먼 터치를 선보이고 있다. 코치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다이어트의 고충에 공감해주며 힘든 다이어트 여정을 함께하는 느낌을 전달하여 다이어트 성공률을 높인다.

따스한 인간의 온도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다

이제 휴먼 터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들과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푸드 레스큐 히어로(Food Rescue Hero)는 식품을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와 식품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는 앱 서비스를 운영한다. 식료품점이나 식당이 기부를 원하면 앱을 통해 기아 단체에 배송해 준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고 버려지는 식품을 소비자와 이어주는 푸드 쉐어링 앱인 일본의 타베테(TABETE) 또한 비슷한 사례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기아와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휴먼 터치가 가장 빛을 발하는 분야는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에이지 테크(Age Tech)이다. 일본의 스타트업 미하루(MIHARU)는 젊은 직원이 정기적으로 노인을 방문해 마치 손주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더 메이트’를 시작하였다. 창업자인 아카키 씨는 87세인 자신의 할머니가 골절상을 입자 누군가 돌봐 줄 사람은 필요했지만, 간호인은 원하지 않았던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를 구상하였다. 몸은 아프지만 스스로 일상이 가능해 전문 도우미가 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령자에게는 간병인이 아닌 친구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비즈니스가 되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젊은 직원을 노인 가정에 파견하는 서비스 파파(Papa)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 함께 이동하거나 장을 봐서 같이 요리하는 등 일상의 한 부분을 나눈다. 이 서비스도 직원이 단순한 도우미가 아닌 고령자와 친근한 관계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커다란 차별점이다.
하루종일 디지털 기술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다. 그렇다고 사람의 온정을 무작정 서비스에 녹일 수는 없다. 읽히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손주 구독 서비스 또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할머니의 감정을 포착함으로써 비즈니스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사회와 가족에게 짐이 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요양원 같은 시설은 싫은 고령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친밀한 관계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마음을 움직이는 휴먼 터치인 셈이다. 넘치고 넘치는 다이어트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다이어트 코칭 앱의 가치가 될 수 없다. ‘다이어트’라는 힘든 여정을 함께해주는 ‘응원단’이 필요하다는 인간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다.
잠시 주변을 진심이 담긴 시선으로 둘러보자. 무심코 지나쳤을 누군가의 결핍을 발견한다면 따스한 인간의 온도를 담은 아이디어로 채워줄 수 있다. 여전히 기술은 인간의 손길에서 만들어지고 인간을 향해 발전하면서 단절의 시대에 사는 인간을 위로하고 있다.

사람의 온정을 무작정 서비스에
녹일 수는 없다.
읽히지 않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심코 지나쳤을 누군가의 결핍을
따스한 아이디어로
채워줄 수 있는 기술이야말로
단절의 시대에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

발행인이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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